돌다리 정류장에는 돌다리가 없다28회 민들레문학상 작품 공모 수상작장려 최서정구리시에는 ‘돌다리’라는 이름의 정류장이 있다. 지금은 그 이름만 남아 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묻는다. 돌다리가 어디에 있느냐고. 지금 그곳에는 다리가 없다. 한때는 낮고 짧은 돌다리가 실개천을 가로질렀으나, 1980년대 복개공사로 자취를 감췄다. 그 위로 길이 놓였고, 차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자리를 지나간다. 사라진 존재를 이름으로만 붙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그 이름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내게 돌다리는 여전히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다리 교각에 엎드려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였다. 그때의 나는 기다린다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엄마는 늘 같은 시간에 돌아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버스가 한 번 멈출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가, 아니면 다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다. 기다림은 짧게 끝나는 날도 있었고, 좀처럼 끝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 아이는 자라서 이곳을 떠났지만, 완전히 떠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일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조금씩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과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견디는 법을, 그 자리에서 처음 배웠다. 어린 시절, 구리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경동시장이 가까워 푸성귀를 길러 내다 파는 집이 많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마는 새벽 첫차를 타고 깻잎 보따리와 함께 시장으로 나갔다. 깻잎을 팔기 위해서였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에 나갔다가, 해가 떠오른 뒤에야 돌아왔다. 낮이 되면 우리는 대청마루에 앉아 깻잎을 쟀다. 하루 종일 밭에서 따온 깻잎이 없어질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했다. 손끝이 초록으로 물들어도 멈출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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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고단함이 더 길어지는 계절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만큼 깻잎을 재는 시간도 늘어났다. 우리는 그만큼 더 오래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여름방학이 싫었다. 하루 종일 깻잎을 재야 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도 비슷했다. 모두 같은 시간을 살고 있었고, 그 안에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깻잎이 덜 자라 운 좋게 손을 놓는 날이면 우리는 왕숙천으로 달려갔다. 특별한 유희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어서였다. 우리는 퉁퉁 불은 발을 물속에 오래 담가두곤 했다. 엄마는 늘 무언가를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참외이기도 했고, 복숭아이기도 했고, 가끔은 빵이었다. 어린 나는 그것을 받아 드는 것이 기다림의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사 온 물건이 아니었다. 하루를 버티고 돌아온 사람이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거의 전부 같은 것이었다. 그 손에는 시장 바닥의 시간과 지나온 하루의 무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들고 기뻐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붙들게 된다. 그때 나는 무엇을 받고 있었던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느 해 여름이 지나고 돌다리는 사라졌다. 복개공사가 시작되면서 내가 엎드려 있던 교각도 함께 없어졌다. 엄마를 기다리던 자리도 흔적 없이 덮였다. 엄마는 더 이상 그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돌다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길이 생겼고, 도시는 빠르게 변해갔다. 논밭은 사라지고 건물들이 들어섰다. 지금의 구리는 그 시절을 설명해야만 알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도 정류장 이름은 여전히 ‘돌다리’다. 사람들은 묻는다. 돌다리가 어디 있느냐고.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없다고 말하기에는 그 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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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보낸 시간이 너무 또렷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도 그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돌다리는 무언가를 건너기 위한 다리가 아니었다. 그곳은 내가 처음으로 기다림을 배운 자리였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오래 두었던 자리였다. 지금도 나는 가끔 그 정류장을 지난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릴 때면 잠깐 시선을 두게 된다. 내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 내릴 것 같아서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장면을 한 번쯤은 떠올리게 된다. 나는 그 다리를 떠났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다리 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 몸을 길게 늘인 채 엎드려 버스를 바라보던 아이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다림은 끝났는데, 그 기다림이 나를 떠나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나는 안다. 나는 그 다리를 떠났지만, 그 다리는 끝내 나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다림이 끝난 뒤에야,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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