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편하게 읽는 웹진
글자

문학은 새롭게 변해야 한다.

 

문학은 새롭게 변해야 한다.

 

회장 이흥렬

문학은 시대와 함께 숨 쉬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문학 또한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문학의 생명은 창의성에 있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을 되풀이하기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참신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드러낼 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한 편의 작품이 독자의 이목을 끌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오랜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남는 까닭은 그 안에 남다른 감동과 깊이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의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좇는 데 있지 않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는 문학 본연의 사명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형식은 달라질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정신만큼은 더욱 깊고 풍성해져야 한다.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를 품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책을 읽는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을 통해 수많은 작품과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 멀리 떨어진 독자에게도 글을 빠르게 전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종이책에 대한 그리움이 남는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 손끝에 전해지던 감촉, 새 책을 펼쳤을 때 은은하게 풍겨 오던 종이 냄새와 인쇄 잉크의 향기, 한 페이지씩 읽어 내려가며 느끼던 아늑한 즐거움은 전자책이 대신하기 어려운 감각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받아들이는 일만은 아니었다. 책을 손에 들고 문장 사이를 거닐며 종이 위에 스며든 작가의 숨결을 느끼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종이책이 하나둘 전자책으로 바뀌는 현실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외면한 채 옛 방식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학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은 길을 찾아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변화의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인 문학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월간 《민들레향기》 역시 이러한 변

- 3 -

화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민들레향기》는 장애인들의 삶을 문학으로 세상에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 속에서 온전히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문학지이다. 지난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분의 아낌없는 사랑과 후원에 힘입어 발행을 이어 올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는 장애인 문인들의 눈물과 인내가 있었고, 문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우리의 문학지에는 장애라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왔다. 남들이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상처,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글로써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눈물로 피워 낸 문학의 꽃은 때로는 슬픔이었고, 때로는 희망이었으며, 때로는 세상을 향한 당당한 외침이었다.

그 곁에는 장애인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고, 말없이 눈물짓고, 작은 변화라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의 애틋한 심경도 함께했다. 장애인 당사자의 고통뿐 아니라 가족들이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삶의 무게를 글로 풀어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민들레향기》는 단지 문학 작품만을 싣는 잡지가 아니었다.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복지 정보와 사회적 제도에 관한 내용, 삶의 지침이 되고 교훈을 전하는 글들도 함께 담아 왔다. 문학을 사랑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다리가 되기를 바랐다. 그 마음을 알아주신 많은 독자께서 꾸준히 애독해 주셨고, 후원자들께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잡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그러나 좋은 뜻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낼 수는 없었다. 해마다 물가는 오르고 인쇄비와 우편 발송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났다.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독자의 손에 전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커지면서, 발행을 계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도 깊었다. 잡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협회로 들어오는 후원이 매월 2백만원 남짓한 돈으로 매월 인쇄비와 우편 발송을 포함하여 약 60만원이 들어 여건상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오랜 숙고 끝에 월간 《민들레향기》는 종이책 발행을 뒤로하고 전자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오랜 세월 정성껏 만들어 온 책자를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기던 독자들의 모

- 4 -

습을 떠올리면, 종이책이 지닌 따뜻한 정취를 쉽게 놓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문학의 맥이 끊어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열어 그 생명을 이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겉모습은 달라져도 《민들레향기》가 지켜 온 정신과 가치는 계속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번 달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들레향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옮겨 가는 변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인쇄와 우편 발송에 따르던 부담을 덜고,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과 환경의 제약을 넘어 장애인 문인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새로운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으로 전환한 만큼 콘텐츠의 질을 더욱 높이고, 독자들이 찾고 싶어 하는 알찬 작품과 유익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 문학의 현실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글, 삶의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따뜻한 문장,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참신한 작품으로 독자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문학의 변화가 단순한 전달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내용과 정신의 성숙으로 이어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난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민들레향기》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여러분의 후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늘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이름 없이 도움을 주신 분들, 한 권의 잡지를 기다리며 읽어 주신 독자들, 자신의 아픔과 희망을 작품으로 나누어 주신 문인들 모두가 《민들레향기》의 소중한 주인이다.

민들레는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화려하지 않아도 강인하고, 작고 여린 꽃이라도 바람을 타고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낸다. 어쩌면 장애인 문학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글을 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민들레향기》가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길이다.

시대는 변하고 책을 읽는 방식도 달라진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종이책의 향기를 마음에 간직한 채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자 한다. 월간 《민들레향기》가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기를 소망한다. 그 길 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학으로 하나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희망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