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호 인쇄본

PDF 열기·내려받기: 2026년 8월호 큰 글씨 인쇄본 (PDF, 1.2 MB)
글로 읽기
1쪽
◉ 민들레 향기 소식 ◉
★ 우리 협회에 함께 일을 도와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에 자원봉사 해 주실 아름다운 손길을 아름다운 분을
찾고 있습니다. 월간지 편집, 사무 업무 도움이, 행사 진행 도움
그 외의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주실 분을 기다립니다.
문의 전화 : 010-4844-1398
★ 온라인 문학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비대면으로 각자 짐에서 컴퓨터에 줌 카메라를 달거나 아니면
휴대폰으로 듣고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워 집에서 배우는 길을 열어 드리고
전국 어디서나 가입만 하면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이라도 문학에 열정을 가지신 분은 환영합니다.
◎ 모든 회원님들은 년 회비가 20,000원이 있습니다.
CMS로 후원 하시는 분은 현금 영수증 발행이 됩니다.
◎ 회원님들과 민들레 향기를 받아 보시는 모든 분께 땅사기
모금 후원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오니 함께 동참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 회원 여러분의 활동 소식을 기다립니다.
좋은 소식이나 슬픈 소식이나 모두 알려 주시면 소신껏 게시판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창립 33주년 / 통권 211호
2026년 8월호
1. 도약하는 협회. 2. 지역사회와 함께. 3. 이웃을 소중히.
민들레 향기
사회
단체 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
월 간 : 민들레향기 통권 제 211호 / 발행일 : 2026년 8월 20일
발행처 : (사) 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
카페 : http://cafe.daum.net/leehueng 홈페지 : www.mindul.com 우 42499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서4길 45-1 (대명11동 1498-5)
회장 E-mail : leehueng10@hanmail.net
연락처 : 010-3548-1398 / 010-4844-1398
발 행 인 : 이 흥렬 / 인쇄: 서문기획2쪽
목 차
이달의 ------------------------------------------------ 2
이흥렬회장님 글 --------------------------------------- 3-5
함께 해 주세요 ----------------------------------------- 6
협회에서 알립니다. -------------------------------------- 7
성호진 쭉정이 시 -------------------------------------- 8-9
성호진 김장김치 시 ------------------------------------- 10
성호진 아버지가 주신 지팡이 시 --------------------------- 11
생각해봅시다 ------------------------------------------ 12
박점수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수필 ----------------------- 13-17
배경열 바닥은 오래 간다 소설 -------------------------- 18-20
후원 안내 --------------------------------------------- 21
복지뉴스 ---------------------------------------------- 22
7월 후원 ---------------------------------------------- 23
게시판 ----------------------------------------------- 24
건강상식 하수오의 효능
‘하수오’라는 이름은 검은색을 띤 뿌리를 뜻하며, 이 약재는 특히 기력 보
강과 혈액 순환 촉진, 노화 방지, 모발 건강 증진에 뛰어난 효능으로 전통
부터 사랑받아 왔습니다. 실제로 하수오에 포함된 여러 활성 성분이 간 기
능 보호와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 향상 등 여러 방면에서 몸
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근래 과학적 연구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수오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 중 하나는 바로 신체 전반의 활력을 증진시
켜 ‘기운을 돋워주는’ 역할입니다. 하수오는 혈액 순환을 개선해 온몸 구석
구석까지 산소와 영양분이 잘 전달되도록 도와 피로 회복과 체력 증진에 큰
도움을 줍니다.
7월후원
3,000/안재업/이명숙/김영순/정광모/이미숙/여미경
5,000/배주하/배준후/이은우/이선우/반하정/박두엽/박인숙/은영희/박혜지
10,000/오성호/김효병(마창메카텍)/박연수/이재훈/배관성/신재남/장성태/천
은경/김고은/김미조/구순혜/안홍성/최재호/구봉문/성석남/전동수/백종일(영일
ENG)/(주)시그마에프에이/이광윤★20,000/이판영/최홍섭/김종준(대광ENG)/
이종순/홍순태★30,000/김형우/양우용(태양ENG)/주산지교회/박해명/홍상표
50,000/이명숙/구미서★100,000/(주)예성통신공사/하늘문교회
150,000/나누리봉사단★200,000/(주)신독★1,000,000/김종구
땅사기
10,000/이순희★20,000/이흥렬/김학조/툴뱅크석산
지출
인증서수수료 4,400원
부스러기장학금
10,000/송영/김한나/이행우/홍순태/김상곤★20,000/이봉구
지출
CMS사용료/66,088원★간사활동비/500,000원★월간지발송비/195,140원
묶음발송/7,160원★책대금/100,000★월간지대금 7개월/1,790,000원
⋆(사)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 이사 임원⋆
★ 임원 ★ 고문 이흥렬 회장 한외근 전, 경산장애인복지관장 / 최경집 향토연애인협회 고문
이순희 총무 간사 ★ 이사회
손복식 대구 부회장 박종안 주식회사 신독 대표 / 장성태 (사)굿실버복지회대표이사
김진균 경북 부회장 김학조 계간 시인시대 편집장 / 이미향 금동원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조우호 감사 이대주 강동노인복지관 관장 / 임신웅 아고라 공유사무실대표
박경숙 시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 2 - - 23 -
올여름은 유난히 폭영도 극심한 가멈과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물가 변동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후원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후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힘이 듭니다. 후원자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아 주세요. 샬롬.3쪽
복지부 "폭염 장기화, 장애인거주
시설 2곳 긴급 냉방기기 교체 지
원“
이슬기 기자 입력 2026.08.07 11:23
차전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이 7일
세종시 전동면에 있는 중증 장애인거주시
설 ‘노아의 집’을 방문해 폭염 대응 상황
점검과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거주 공간을 활용해 일
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
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전국적인 폭염 상황에서 거주 장애인들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온열질환 예방
을 위한 건강관리, 시설 냉방관리,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현장점검을 통해 지
난 2일 오후 1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서 가동한 비상 2단계에 따라 폭염 대응체
계가 현장에서 적절히 운영되고 있는지 중
점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거주 장애인의
건강관리, 폭염 시 비상 연락체계 등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애로사항과 개선의견을 청취했다,
한편 복지부는 ‘장애인거주시설 기능보강
지원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시설의 환경개
선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폭염 대비
를 위해 냉방기기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일에 ‘긴급 냉방기기 교체’ 수요를
조사했고, 2개 시설에서 교체를 신청을 함
에 따라, 해당 시설 거주 장애인의 건강관
리에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
할 계획이다.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최근 기후변화
의 영향으로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어 거주
장애인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한 장애인거주시설의 운영이 무엇보다 중
요하다”라며,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거주
장애인의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
이고, 정전 등 비상 상황을 가정한 대피소
마련 등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하였다.
이어 “무더운 날씨에도 장애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현장에서 애쓰고 계신 거주시
설 종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거주 장애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일주일 간의 즐거움
회장 이흥렬
나는 오래전부터 몸이 불편하여 외
출할 때면 전동휠체어를 타야만 바
깥출입이 가능하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왔
고 극심한 폭염 속에 여름 방학이
되어 세 명의 손자 손녀가 우리 집
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잖아도 몇 주간 애들을 보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여름 방학을
맞아 몰려온 아이들이 너무 반갑고
좋았다. 여느 때 같으면 혼자 조용
히 독서하면서 글이나 쓰고 약간은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일텐데 한꺼
번에 세 명이나 모여서 참새처럼
조잘대며 노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
고 때로는 북새통을 이루는 모양에
정신이 없어도 활기가 넘치는 분위
기라 커가는 애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마당 한편에 조립
식 수영장에 물을 받아놓고 물장구
치며 장난을 치는 손자와 손녀들의
웃는 얼굴이었다. 천진난만하게 뛰놀다가 다투고 다
투다가도 언제 다퉜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할아버지인
나도 들어오라고 팔을 잡아당기고
손자는 나의 등을 미는 바람에 다
리만 담가 함께 놀다가 보니 어느
새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
럼 신이 났다. 발로 물을 한번 첨
벙 치면 파도같이 아이들을 덮쳐도
깔깔거리며 함박웃음으로 소리치다
가 기회가 오자마자 나에게 일제히
물을 뿌리는 바람에 옷을 다 젖었
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인지 인식
하지 않고 평범한 할아버지로 바라
보며 거리낌 없이 대하는 녀석들이
있어 나를 행복이라는 것에 한층
더 느끼게 해 주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
다고 하듯이 간이 수영장에서 한참
잘 놀다가 지쳤는지 하나 둘 빠져
나가는 아이들에게 “놀았으면 씻어
야지.” 한마디에 또 우르르 달려가
서로 먼저 씻겠다고 장난 반 싸움
반으로 시끌벅적해지는 것을 보면
서 “차례대로 씻어라.”는 지시에
따라 금방 조용하게 질서에 따라
씻고 나와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 22 - - 3 -4쪽
보면서 더할 나위 없는 정감을 느끼
는 시간이었다. 어린 저들은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왜 천천히 움직이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 처음 세상에 눈을 뜨고
의식이 생길 때 나를 보며 아이들이
물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그래요?
아파요?” 등 등 묻는 것도 많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
주 자연스럽고 평범하다. 날씨가 무덥지 않으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함께 동네 공원에 돌아오느라
면 아이들은 앞서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이 강에서 엄마 오리를 쫄쫄 따
라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했고 가는
곳마다 들 풀이며 들꽃이 보이는 것
마다 신비한 눈초리로 쓰다듬어 만
지는 촉감도 느끼며 좋아하다가도
장난도 치고 휠체어 뒤에 올라타기
도 하고 꽤 큰 아이는 아예 나의 등
과 휠체어 등받이 사이에 올라서서
달리는 쾌감을 체험하며 너무 좋아
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 행복이
구나 하는 것을 생각했다. “얘들아, 너희와 같이 나오니 할아
버지가 기분이 너무 좋아.” 아이들
도 덩달아 서로 “나도” “나도” 외친
다. 그 말에 우리는 깔깔 웃었다. 공원
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이스크림도
먹고 할아버지도 아이스크림 드세
요. 하며 챙겼다. 손자는 유난히 나
를 알뜰하게 챙기는 아이라 작은 기
침을 해도 달려와 할아버지 아파요?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기특해 웃
음꽃이 피었다.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손자가 지루했는지 “할아버지
끝말잇기 할래요?” 하기에 나는 하
자고 하니 “기차” “차도로” “로버
트” “트라이 앵글”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고 있는데 손녀들도 나도 할
래 하며 끼어들었다. 그렇게 몇 번
돌면서 나는 되도록 쉬운 단어로 애
들이 잘 따라가도록 해 주었고 애들
은 한 단어 두 단어 맞추어 가는 것
이 재미있고 신이 났다. 이렇게 좋아하는 애들을 보면서 나
는 눈가에 이슬이 조금 젖어 있었
다. 우리는 끝말잇기도 장난치는 것
도 멈추고 또다시 그들만의 시간으
로 돌아가 각자 취미 활동에 푹 빠
져 있는 아이들 게임 하는 아이, A4용지에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를 그리는 아이, 여러 가지 모양의
◎ 후원 안내 ◎
우리 협회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정기적인 후원이 필요합니다.
○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 임대료 포함 월 450~500만원이 필요합
니다.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향상과 복지에 관심 있으신 분은 적극후원 해주시
면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 여러분이 차 한 잔 아끼고 담배 한 갑 아끼시면 학비가 없어 학
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의 손길이 한 아이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 그동안 여러분의 끊임없는 온정의 손길이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국에도 변함
없이 정성을 모아 주셔서 먼저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 협회에 가장 큰 꿈이자 숙원인 장애인예술마을 공동체를 지어서 많은 장애인
들이 그곳에서 자기의 재능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땅을
구하고 있습니다. 대구 인근에 사용하지 않는 땅을 소유하고 계신다면 장애인들의
꿈과 복지를 위해 빌려주시거나 기부할 수 있는 독지가를 찾고 있습니다.
문학은 물론 미술, 조각, 음악, 조각, 각종 공예와 컴퓨터 디자인, 영상제작까지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이런 일에 관심 있으신 분을 찾고 있사오니 많은분
들의 거룩한 부담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해 주세요.
회장 : 010-3548-1398 / 총무 : 010-4844-1398
사무실
운영
매월 : ( 1만원 ) ( 2만원 ) ( 3만원 ) ( 일시불 )
계좌 : 국민은행: 699601-04-135657
농 협: 355-0022-2900-53
부스러기
장학금
매월 : 3,000원. 5,000원. 10,000원
계좌 : 농 협: 355-0022-2882-33
국민은행: 699601-04-135673
땅사기
모금
매월 : 1만원. 2만원. 3만원. 5만원. 10만원. 일시불, 계좌 : 국민은행: 699601-04-135660
- 4 - - 21 -5쪽
했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어라.”
“왜요?”
“기록은 이어지는 거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
기보다는, 어른의 말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그러나 그 태도 속에 작
은 씨앗이 심기는 것을 정훈은 느꼈
다.
몇 해가 더 흘렀다. 강은 겉으로 보
기에 평온했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
에 몰두했고, 냄새 사건은 교과서의
한 단락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도
시의 예산안에는 매년 ‘하천 바닥
모니터링’ 항목이 빠지지 않았다.
회의록에는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로 삼아’라는 문장이 반복되었다.
과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
만 행정 문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정훈은 머리에 흰머리가 늘었다. 강
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묻는 질문도
달라졌다. 그는 이제 단순히 위험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 이후의
시간을 이야기했다. “결정은 순간이
지만, 여파는 길다.” 학생들은 그
말을 적었다. 누군가는 깊이 새겼
고, 누군가는 시험 범위로만 이해했
다. 그러나 문장은 또 다른 시간으
로 흘러갔다.
어느 늦은 오후, 정훈은 혼자 강가
를 걸었다. 햇빛이 낮게 기울어 물
위에 길게 번졌다. 그는 난간에 기
대지 않았다. 대신 둔치에 내려가
흙을 한 줌 집어 들었다. 흙은 부드
러웠다.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흘러
내렸다.
그는 생각했다. 바닥은 단지 강의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게도 바닥이
있다. 한 번 드러난 바닥은 다시 덮
을 수는 있어도, 없던 일로 만들 수
는 없다. 자신이 선택했던 그날의
결재도, 이문수가 새벽마다 맡았던
냄새도, 도시가 한동안 숨을 참았던
기억도 모두 어디엔가 남아 있다.
강 위로 바람이 스쳤다. 물결이 잔
잔하게 흔들렸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저녁이었다. 그러나 정훈
은 알고 있었다. 평온은 결과가 아
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바닥은 늘
시간을 쌓고, 사람은 그 위를 걷는
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뒤돌아
보지 않았다. 강은 여전히 흘렀고,
도시는 그 곁에서 숨 쉬었다. 해결
은 없었다. 다만 되돌릴 수 없는 변
화가, 조용히 일상의 표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 다음 호에 계속 -
종이접기 하는 아이, 언제 배웠는지
그림도 잘 그리고 종이접기 귀재라
할 정도로 다양한 모양을 접는 솜씨
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내가 불편함을 눈
치챈 손자가 내 곁에 조용히 앉아 “할아버지 내가 지켜줄게.”
나는 손자의 손을 꼭 잡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꼭 잡
아 주었다. 그 순간 나는 가족이라
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알 것
같았다. 전동휠체어는 놔두고 아내가 모는
차에 일반 휠체어를 싣고 세 명의
손주를 태우고 음식집을 가는데 휠
체어가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길도
있었고, 높은 턱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곳도 있어도 손자가 다 밀어가
며 힘겨운 곳은 할머니의 도움을 받
아 끝까지 해내는 것을 보며 기특한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 생
각 없이 지나쳤던 길이었는데, 할아
버지와 함께 다녀 보니 세상에는 누
군가에게는 너무나 힘든 길이 있다
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힘든 순간에도 즐거움은 있
었다. 손자가 휠체어를 밀다가 너무
빠르게 가서 내가 깜짝 놀라자 한바
탕 웃기도 했다. 나는 “천천히 가도
좋으니 함께 가는 게 제일 좋다.”라
고 말하며 애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며 식당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그렇게 지내다 보
니 일주일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몰
랐다.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 되자 집 안은
조용해졌다. 짐을 싸고 아이들은 우
리를 바라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역
력했다. 우리 부부도 헤어지는 것이
싫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
다. “할아버지, 다음 방학에도 꼭 올게
요.”
인사를 하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 나는
지난 일주일을 생각했다. 우리는 맛
있는 음식도 먹었고, 공원에서 웃기
도 했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의
불편한 몸과 외로움,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의 아픔도 조금은
체험하는 시간과 할아버지인 나의
장애를 장애로 특별하게 보지 않는
그 일주일이 그들에게 장애란 단순
히 몸이 불편하다는 것보다 다양한
식견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
들의 무관심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을 조금이나마 가르쳐 주었다면 이
번 일주일간의 시간이 그 아이들에
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시간이 되었
으리라. - 20 - - 5 -6쪽
◉ 함께 해 주세요 ◉
◎ 민들레 문학상 공모전 매년 10월 ~ 3월까지 전국 장애인과 그 가
족의 아픔과 애환을 극복한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표현해낸 글을
뽑아 시상합니다.
◎ 기관지 민들레 출판회 및, 시상식 매년 5~6월에 출판회와 시상식을
합니다
◎ 일일 찻집 자선 바자회 가을에 협회 운영자금과 마을공동체 기금
마련을 매년 하고 있습니다.
◎ 매월 문학 강좌, 정기 모임 문학토론회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2:30 장애회원과 봉사자가 함께 문학토
론, 친교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봄, 가을 문학에 관심 있고 배우고 싶으신 분은 매월 둘째 넷째 격주 토요일
오후 2:30~4:30 강의, 수시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 민들레 향기 소식지 매월 장애인들의 작품과 복지소식, 문화소식
을 담아 전국에 발송하고 있습니다.
◎ 야외 시화전 시낭송 공원이나 기관에 협조를 받아 수시로 시민들
과 함께 하는 시화전을 하면서 공연도 합니다.
◎ 상설 시화전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 수성점 건물 1층에 전
시 됨.(황금네거리)
◎ 상담 합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상담을 해 드립니다.
◎ 자원 봉사단 수시모집 활동범위: 협회행사 및, 멘토링, 학습봉사, 상담,시설봉
사, 독거가정 봉사해 주실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 부스러기 장학금 모금 월 5 천 원 이상 후원해 주시면 어려운 장애인과 학생들
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일에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 땅 사기모금 장애인 예술마을공동체 건립 모금 운동에 동참해 주세
요. 재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도우며 예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땅 사기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신청 상담 : 010-3548-1398 / 010-4844-1398
방향으로 당겼다.
정훈은 신문을 접으며 생각했다. 선
택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준설은 강을 뒤집었
고, 공장은 문을 닫았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병원에 덜 가게 되었고, 누군가는
아이를 안고 강변을 다시 걷게 되었
다. 손익은 표로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천천히
드러났다.
여름이 되자 강물은 다시 불어났다.
폭우가 며칠 이어졌고, 상류에서 흙
탕물이 내려왔다. 준설된 바닥 위에
진흙이 얇게 덮였다. 사람들은 불안
한 눈으로 뉴스를 지켜보았다. ‘또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
다. 정훈의 휴대전화에도 메시지가
왔다. 예전 동료였다. “혹시 이번에
문제 생기면, 인터뷰 좀 해줄 수 있
습니까.”
정훈은 답장을 바로 보내지 않았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보고서 사본
을 펼쳤다. 임계점이라는 단어는 여
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그 단
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한때는 이
문장을 지키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다. 문장
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
다는 것을.
그는 결국 짧게 답했다. “상황을 보
고 이야기합시다.”
폭우는 사흘 만에 그쳤다. 강은 범
람하지 않았다. 수치는 기준치를 넘
지 않았다. 언론은 안도의 논조로
보도했다. “선제적 조치의 효과.”
그 문장은 칭찬처럼 들렸다. 정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선제적이라는 단
어가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을 보
며, 그는 시간의 속도를 생각했다.
위험이 드러날 때는 느렸고, 안심을
말할 때는 빨랐다.
그해 가을, 손자는 초등학교에 입학
했다. 입학식이 끝난 날, 아이는 이
문수가 남긴 수첩을 들고 와 정훈에
게 보여주었다. 장례식에서 가족이
정리하다가 정훈에게 전해준 것이었
다. “할아버지가 이거 꼭 읽어보래
요.”
정훈은 수첩을 펼쳤다. 날짜와 시
간, 바람의 방향, 냄새의 강도, 그
리고 짧은 문장들이 빼곡했다. 어떤
날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오늘은 아무 냄새도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정훈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는 수첩을 아이에게 돌려주며 말
- 6 - - 19 -7쪽
28회 민들레문학상 작품
공모 수상작 소설 가작
바닥은 오래 간다(3)
배경열
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흘렀다. 그 흐름 위에서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일상 속 어딘가에, 한 번 드러난
바닥의 기억이 얇게 깔려 있었다.
그 기억은 냄새처럼 사라지지 않았
다. 보이지 않지만, 완전히 없어지
지도 않았다. 도시는 그것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강은 여전히 배
경이었지만, 이제는 질문을 품은
배경이었다.
그리고 질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
았다.
정훈은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이나
강을 찾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
다. 그는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었
고, 강의 수질 보고서를 결재할 권
한도 없었다. 그럼에도 강가에 서
면 여전히 어딘가에 속해 있는 기
분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떠난 자
리의 그림자가 물 위에 남아 있는
것처럼.
봄이 오자 강변에는 다시 축제가
열렸다. 무대가 세워지고, 푸드트
럭이 줄지어 섰다. 아이들은 풍선
을 들고 뛰어다녔다. 사회자는 마
이크를 잡고 외쳤다. “우리 도시의
자랑, 깨끗한 강!” 사람들은 박수
를 쳤다.
정훈은 군중 속에서 그 문장을 들
었다. 박수 소리가 물결처럼 번졌
다. 그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
렇다고 고개를 젓지도 않았다. 다
만 그 문장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깨끗한’이라는 형용
사가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
장이 잘려 나갔는지를.
무대 뒤편에서는 시청 직원들이 분
주히 움직였다. 그중 몇은 정훈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인사는
짧았고, 대화는 길지 않았다. 서로
가 알고 있는 말은 많았지만, 꺼낼
수 있는 말은 적었다.
그 무렵, 강 상류에서 작은 공장
하나가 문을 닫았다. 폐수 처리 비
용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
았다. 지역 경제에 타격이라는 기
사도 나왔다. 일부 상인들은 불만
을 토로했다. “결국 우리만 손해
아니냐.” 도시의 언어는 다시 갈라
지기 시작했다. 안전과 생계, 원칙
과 유예, 책임과 현실이 서로 다른
알려드립니다. 민들레향기를 애독해 주신 모든 분께
먼저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민들레향기가 200호를 넘어오면서
편집해온 기간이 17여년이 지나오면
서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
달도 쉬지 않고 만들게 된 것은 오직
협회를 살리고 많은 분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을 고취와 시
키고 안으로는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글을 써도 발표할 곳이 없다는 안타
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협회라도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
기 위해 소책자이지만 민들레향기 월
간지를 만들게 되었고 지방에서는 처
음으로 전문 장애인 민들레문학상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처음 민들레향기
를 만들 당시에는 협회 제정도 없고
후원하시는 분이 한 명도 없어 신혼
초임에도 불구하고 회장인 제가 발가
락으로 편집하고 아내는 복합기로 인
쇄해서 한 장 한 장 뽑아내어 스템플
러로 찍고 접어 소책자를 만들어 발
송하기까지 매달 10일 이상이 걸렸
고 친분이 있는 분에게 배부하면서
후원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 매월
후원 제1호가 지금의 김성림 산부인
과 원장님이시고 2호가 홍상표 집사
님. 그렇게 후원이 넓게 되어 신독
박종안 사장님이 민들레후원회를 조
성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협회를 운영
하며 후원에만 의존하다가 보니 협회
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못 해 왔
습니다. 그래도 오늘날까지 연재를
이어온 것은 묵묵히 후원해 주신 분
들의 덕분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여 이번 9월호나 10월호부터는 종
이에 인쇄 책자가 아닌 전자 책자로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월 정성
모아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이 인쇄비
와 우편 발송비가 너무 많이 오르고
후원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귀한 돈이 매월 60만원 이
상 인쇄와 발송료로 소모되고 있고
또 전자 책자로 배부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휴대
폰이나 컴퓨터로 관심 있는 누구나
볼 수 있어 파급효과는 더 크지 않을
까 합니다. 여러분의 더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리며 모든 분의 가정과
사업이 잘 되시고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8쪽
- 18 - - 7 -
28회 민들레문학상 작품 공모 수상작 운문 장려
쭉정이
성호진
낯선 구름이 지나가다가
뒤틀린 나를 보고 처마 끝에 걸려
목이 쉬도록 울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름으로 치장을 한 어머니
땀 밴 속 적삼 한 벌씩 벗어
바람에게 전해주며
나의 슬픈 다리를
만져주곤 했습니다.
외양간
늙은 암소의 울음도 사라지고
벼는 끝내 아버지의 손바닥에서
손금처럼 익지 못하고
남의 식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서러워 빈 쭉정이가 된 가슴
고인 물처럼 말라붙었고
갈가리 인화된 조각들은
울대 깊은 곳에서
묵어 자빠지고 맙니다.
꽃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던 어느 봄
날, 예쁘게 차려입고 친구를 만나
기 위해 집을 나섰던 건강한 모습
은 아니었어도 그래도 좋았다. 그
동안 환자들도 입에 맞지 않아 숟
가락을 내려놓기 일쑤였던 병원 밥
을 드시며 편안한 잠자리하나 없이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하니 무작정
좋았고, 애달프게 그리운 형제들을
볼 수 있어 더없이 좋았고, 찌든
소독 냄새와 더불어 날마다 이어지
는 지옥훈련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말도 못 하게 좋았다.
문득‘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이 생각난다. 돌이
켜보면 내게 재활병원은 마치 뜨겁
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
쳐진 사막 같은 곳이 아니었나 싶
다. 타들어 가는 목마름으로 갑자
기 불어닥친 모래폭풍을 헤쳐 겨우
겨우 나왔나 싶으면 또 다른 모래
언덕이 나오고 그러다 때론 걷잡을
수 없는 모래 늪에 빠져 좌절할 때
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서 이 고통 역시 곧 지나가
겠지. 오늘 고됨보다 좀 더 나아진
내일이 있으리라는 푸른 오아시스
같은 희망이 있었기에 견디고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살아가다 보면 사막의 모
래언덕 같은 힘든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는 앉을 수도
없는 몸, 이번처럼 40도가 넘는 고
열로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될지도
모르고, 엉덩이의 욕창으로 인해
또 몇 날을 고통스럽게 엎드려 생
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런 험난한 여정 속에도 언제나 삶
을 이어주는 푸른 오아시스 같은
희망이 함께 한다는 것을 믿기에
오늘도 나는 거센 모래폭풍 속에서
도 강인하게 살아남은 선인장처럼
굳세게 이겨나갈 것이다.
- 끝 -
- 8 - - 17 -9쪽
내
열손가락이 그렇게미워 보일
수가없었다.
온종일 빡빡하게짜인 재활 치료과
정은대략 저녁6시쯤이면 모두끝
이난 것으로 기억된다.하루치의
고된 운동량을 온몸에무겁도록싣
고서병실로돌아오면언제나맛깔
스럽지않은 저녁밥이병실마다날
라져 오고있었으니까.그러나거
기서 나의 일과가끝난 것은 아니
었다. 저녁을먹고서 이제숨좀
돌리나싶으면또다시엄마에게이
끌려 환자들을 위해 개방해둔작업
치료실로 향해야 했다. 재활병원이
라는 특성상 환자들 대부분이불의
의 사고나질병으로 장애의 몸이
된사람들이었기에 재활운동을열
심히 해서꼭 예전처럼 건강한몸
으로 집으로돌아가리라는 희망을
품고있었다. 보호자들의 의지또
한그와 조금도 다를바 없어밤마
다작업치료실의 자리 하나를 차지
하기 위해 보호자들 간에치열한
몸싸움과 눈치작전이벌어지곤했
다.엄마는 물론이고
나 역시나여느
환자들처럼 재활 치료를열심히받
으면걷지는못하더라도혹여 목발
이라도짚을 정도는 되지않을까.
아니, 적어도손가락 정도는움직
여지지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었
다.그러나 재활 치료란,말그대
로 장애가 있는사람이 치료를통
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몸에남아
있는 기능을 이용해 일상생활 능력 을 향상하기 위한 것일 뿐, 의학적
으로 한번끊어진 신경세포는 신이
내린 기적이 아니고서는 재생할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깨달았다.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또다른재
활병원을옮겨 다니는 동안6개월
의 시간이 지나고느리지만내힘
으로휠체어를밀수 있게되었다.
다치고 처음,휠체어는커녕어쩌면
남은 일생을누워서만지내야 할지
도모른다는 의사의말에“앞으로
나어떻게살지?엄마, 차라리나
죽을래.나죽게해줘” 그리서럽
게 울며엄마의가슴에커다란대
못을박아놓고서절망에빠져있던
때를 생각하면 희망적인 발전이아
닐수없었다.
이제어느 정도의 재활은 끝났으니
이병원저병원옮겨 다니지말고
퇴원해서 집에서 적응할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사의 최종명령이떨
어졌다.솔직히 집으로돌아간다는
사실은무척이나기쁘고좋았다.
어머니는
그럴때마다
가슴 한복판에는멍울이
웃자라고 있는 것도 몰랐습니다.
인숭무레기* 같은난,
힘차게웃으며돌아서서
슬픈 다리를 바라보다가 젖빛 유골함을 꼭 품었습니다
.
- 16--9-10쪽
김장김치
성호진
아픈상처
몇개씩 가진사람들이 모여
첫눈처럼순결한속살을
갖은양념으로
채색하고버무렸습니다.
누구는
사랑을몇 바가지넣었고
누구는
웃음을몇 사발넣어
행복의 간을 맞추어 담갔습니다.
돼지수육을
갓담은김장김치에싸서
옴팡지게 된장을 발라
옴쏙씹는맛에
사랑과 행복은군무를추었답니다.
가지고온김장김치를
외로움의 각질로 뒤덮인
저 주름진이웃할머니에게
한 포기드렸더니
그렁그렁 눈물 고였습니다.
신기하게도한달만에욕창이나
았다. 이전병원에서 10여개월동
안 의사들이 날마다소독하고 치료
해도 나을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욕창이었는데, 역시 지방병원과는
뭐가 달라도달랐던 모양이다.
근전도 검사를비롯해몇 가지검
사가이뤄지고, 본격적으로 재활운
동이시작됐다.“하나…둘…셋…다
시 처음부터 하나…둘.”
여기저기서물리치료사들의엄한
호령에 맞춰숨가쁘게돌아가는
물리 치료실은마치내일전쟁터에
나갈 전사들의 마지막발악의훈련
소같았다.
‘철커덕철커덕’
환자들이팔힘을기르기 위해당
겨대는 운동기구 소리는또어찌나
살벌하게 들리던지….앞사람이빠
져나가고,그가 온몸으로뱉어놓
은 열기가채가셔지지도않은매
트 위로내 몸이올려졌다.그나마
조금살아있는어깨 신경 하나로
건장한물리치료사의팔에매달려
움직여지지않는 상체를 간신히끌
어올리기를수십회,양팔을좌우
로 휘둘러그힘의 반동으로옆으
로돌아눕는 연습을또수십회,
커다란 탱탱볼을배에깔고엎드려
후들거리는양팔에힘을 주고버티
기를 20분. 운동을시작한지 아마
3일째되던 날이었나 보다.내의
지대로움직여지지않는몸뚱이가
버겁고 힘겨워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박점수씨언제까지어머님이곁에
계시면서모든 것을 해주시리라생
각하는겁니까?이런 약한마음이
라면내일부터물리치료실로내려
오지 마세요.” 엎드려 울고 있는 나에게 상상조차
해보지못한물리치료사의뼈아픈
질책은마치망치로뒤통수를 세게
한방얻어맞은것같았다.그 무시
무시한말은 한동안 나의뇌리에서
지워지지않은채 날마다 각오를
새롭게만들었다.
작업치료는물리치료와는 달리육
체적으로힘들진 않았다. 색색의
작은 나무블록을 간신히 집어올
려구멍에꽂고,꼼지락하지않는
양손으로 고무점토를잡아뜯고,
숟가락으로콩을퍼서다른그릇에
옮겨담기 등등 주로유치원에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준비했던 학습
교구들이었다.다섯살 어린반아
이들도쉽사리하던 것들이었는
데…. 순간순간움직여지지않는
- 10-- 15-11쪽
곳에 도착한 순간 우리 모녀를 향
해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한 번의 절망이었다. 중환자실
에 있을 때 내 엉덩이 꼬리뼈에 생
긴 욕창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엄마
도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었다. 욕창은 오래도록 병상에 누
워있는 환자들의 눌린 피부가 압박
되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궤양으로, 내 엉덩이에 생
긴 욕창이 어느 정도 상태인지 난
알 수 없었고. 감각이 없으니 아픔
또한 느끼지 못했다. 나를 대신해
서 욕창을 지켜보고, 아파하고, 치
료하는 것은 언제나 엄마의 몫이었
다. 그러다 하루는 옆에 계신 다른
환자의 욕창을 우연히 보게 됐다.
나와 똑같은 위치에 거무스름하게
살이 썩어들어가 뼈가 보일 정도였
고, 깊게 파인 상처에서 진물과 고
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는 너무
무서워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
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욕창이 심해지면 죽을
수도 있다며 그 상태에선 재활운동
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담당 의사
의 말이었다. 그리곤 상처가 아물
고 새살이 돋을 때까지 욕창 부위
가 바닥에 절대 닿아서는 안 된다
며 마른 장작개비처럼 뻣뻣하게 굳
어 있는 내 몸뚱이를 병실 한쪽 침
상에 엎어놓았다. 엎드린 채로 하
루에 한 번씩 어두컴컴한 밀실 같
은 곳으로 옮겨져 커다란 오색불빛
에 엉덩이를 쪼였다가 돌아오고,
몇 시간마다 간호사들에 의해 오른
쪽, 왼쪽으로 체위변경이 되는 것
외엔 잠을 잘 때는 물론이고 엄마
가 먹여주는 밥조차도 엎드린 상태
에서 받아먹어야 했다. 그런데도
먹은 것이 소화되고 감각 없이 배
설되니 한마디로 꿈틀거리는 벌레
가 따로 없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과 서러움에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울
수가 없어 베개에 얼굴을 묻고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꾸역
꾸역 삼켜야만 했다. 내가 중환자
실에서 일반병실로 내려온 순간부
터 1년이 넘도록 차가운 보호자 매
트에서 발도 제대로 뻗지도 못한
채 토막잠을 자며 나를 간호하고
있는 엄마의 가슴에 나의 눈물은
또 하나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꽂히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꽂히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가고
아버지가 주신 지팡이
성호진
소년 시절,
열병으로 쓰러져
한쪽 편을 쓰지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막내아들 일어나라고
손수 깎아 만드신 명아주 지팡이
머리맡에 두셨습니다.
당신은
저 먼 하늘의 별이 되셨어도
버리지 못하고
따스한 사랑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 곁으로 가는 날
그 지팡이 짚고 살금살금 걸어가
무릎 꿇고 울겠습니다.
- 14 - - 11 -12쪽
생각해 봅시다.
아홉 번의 인내
옛날 한 젊은이가 스님이 되기 위
해 노승을 찾아갔습니다. 노승은
젊은이에게 시험에 합격하면 받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솥을 새로 걸던 참이어서 젊
은이에게 걸라고 했습니다. 젊은이
는 행여 노승의 마음에 안 들면 시
험에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툰 솜씨나마 정성껏 솥을 걸었습
니다. 그런데 노승은 말했습니다. "이쪽이 기울었네,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균형을 맞
춘 다음 솥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노승은 다시 말했습니다. "솥의 방향이 틀렸네, 다시 걸게" 젊은이는 솥을 내리고 방향을 맞
춘 다음 솥을 걸었습니다. 노승은 갖가지 이유로 솥을 다시
걸게 하였습니다. 무려 아홉 번을
트집 잡아 반복하게 했습니다. 노승이 젊은이에게 말했습니다. "계속 일을 반복하여 시키는데 자
네는 화가 나지도 않나?"
그러자 젊은이가 대답했습니다. "세 번까지는 화가 났습니다. 그러
나 분명 무슨 뜻이 있을 거로 생각
하니 오히려 기대되었습니다. 앞으
로 몇 번이든 더 반복할 자신이 있
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세 번이면
화를 내고 가버리는데 자네는 아홉
번까지 참았네. 오늘부터 자네를
제자로 삼고 자네의 이름을 구정이
라 부를 걸세."
그 젊은이는 후에 구정 선사로 존
경받는 스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의 속도는 어떤가
요? 너무 빨리 달리면 그만큼 위험
이 따르게 되어서 얻는 것만큼 잃
는 것도 많아질 것이고, 너무 느리
게 달리면 목표지점에 다다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알맞은 속도로 달리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가슴속에 작은
인내를 품고 참고 기다리며 알맞은
속도로 달려갈 때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공자 –
28회 민들레문학상 작품
공모 수상작 수필 장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박점수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다.
혹한 한파에 보일러를 높이고 이불
을 몇 겹이나 덮고서도 오한은 가
시지 않고, 겨우 삼킨 밥알들을 모
두 토해내고서는 온몸이 불덩이로
오른 나는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검
사결과 급성신우신염이란다. 나 같
은 전신마비 장애인들은 스스로 배
뇨가 불가능하여 매번 작은 고무호
수관을 통해 인위적으로 소변을 빼
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요로에
감염되기가 십상이다.
40도의 고열로 눈의 초점도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내게 간
호사들은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
고, 두 개의 얼음 베개를 가져와
하나는 머리에 하나는 옆구리에 넣
어주었다. 그리곤 찬비 맞은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부들부들 떨고 있
는 내게 이불 대신 온몸에 거즈를
대고는 얼음만큼이나 차가운 알코
올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아
픔도 아픔이지만 살점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의 고통을 정말 이가 부
서질 듯 악물고 견뎌야만 했다.
간호사들의 금과옥조 같은 처치
법으로 다행히 열이 조금씩 내려가
기 시작하니 숨쉬기가 수월하다.
다친 이후, 간혹 이렇게 반갑지 않
은 아픔이 찾아와 나를 괴롭힐 때
마다 마치 아련한 추억처럼 떠올려
지는 곳이 있다. 때때로 그곳의 기
억은 지치고 힘든 내 삶에 자양분
이 되어 “이런 고통쯤이야.”며 새롭
게 나를 일으켜 세우곤 한다.
유치원교사로서 해야 할 일도 하
고 싶은 일도 많았던 29살의 봄날,
꿈에도 생각지 못한 교통사고가 났
다. 마주 오던 차와 부딪힌 순간
창밖으로 튕겨 나간 나는 목뼈가
부러지면서 모든 신경 줄이 끊어졌
다.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서 다행
히 의식은 돌아왔으나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가슴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가 없었다.
“따님은 이제 다시는 걸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평생을 누워
서 지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의사의 사형선고 같은 그 말을 받
아들일 수 없었던 엄마는 절망에
빠진 나를 데리고 서울에 있는 큰
재활병원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그
- 12 - -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