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정 하얀 입구에는 만개한 / 겹벚꽃 한 그루 / 세상을 꿈처럼 보이게 한다 아, / 이쁘다 탄식하며 내려오는 아주머니 / 낙석주의, 팻말 지나며 / 죽으면 죽는 거지 뭐 / 지나가는 할아버지 / 죽으면 죽는 것 / 그런 마음이 / 때로는 놓게 하고 / 때로는 들게 한다 / 칼刀, 떨어져 뒤집어진 / 양면이다 / 빵으로서의 / 십원빵인…… / 한 끼 배고픔이 / 오늘을 살고 싶은 마음인 것 / 최제우 생가 앞, / 드넓은 봄의 논…… / 죽은 자들의 동상이 반질반질한 이유? / 연못가의 돌탑들? / 시간이 죽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 없을 수가 없어서 / 있다 / 내가 아는 모든 것이 그 사실을 견딘다 / 금관총과 천마총, 시민들이 / 무덤 옆으로 산책 다니고 / 드문드문 행복한 강아지들 / 하품하는 건달 고양이도 / 이 세상 살아갈 만하단 듯 / 아주 느릿느릿한 풍경…… / 무덤이 너무 크면 / 무덤 같지 않으니까 / 무엇이든 너무 크게 만들어 버리면 / 슬퍼하기 힘들어지니까 / 천천히 / 견딜 만큼 슬픔 알아가라고 / 한 사람에 대해 / 주어진 세상은 무지하게 큰 것 같다 / 이사지왕이 도대체 누구인지 /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지만 / 디지털로 피장자의 모습을 복원하고 / 금관엔 한 알 한 알 정확하게 / 곡옥이 매달려 있다 / 불국사 입구에도 만개한 / 겹벚꽃 동산 아득히 펼쳐지고 / 세상을 / 낙원처럼 보이게 한다 / 아, 멋지다 / 탄식하며 내려오는 / 아까 그 백발 할아버지
시
2026 게재작
경주
조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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