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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빗줄기는 아스팔트를 난타하게 하라

첨벙첨벙 장화들은 제 맘대로 걸어가게 하라

연인들의 입속엔 활짝 장미꽃이 피어나게 하고

온종일 밤이 계속되게 하라

새들은 숲 덤불의 알을 끝까지 지키게 하라

흙탕물 속 메기에게 날개를 허락하라

지팡이 하나 들고 광야로 떠난 사람은

저를 향해 무릎 꿇고 절하게 하라

천둥소리는 사방에서 터지게 하라

컴퓨터들은 일제히 먹통이 되게 하라

바위들은 큰 소리로 웃게 하라

송아지들은 껑충껑충 울타리를 넘어 풀밭을 뛰놀게 내버려두라

녹슨 바퀴, 부서진 가구, 버려진 신발들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좋아하게 하라

비에 젖는 것들은 계속 비에 젖으며

빗줄기 사이로 솟아나는 구멍들, 이상한 빛에 눈멀게 하라

나는 이따위 글은 찢고

늑대 송곳니를 번뜩이며

어디론가 끝없이 내달리는 발자국, 불타는 발자국에 내 몸을 싣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