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핸드폰이 성질 급하게 몸통을 울렸다. 콧바람 소리가 빳빳하게 굳어서 뛰쳐나올 것 같았다.
“여, 여보쇼, 나요 나, 박 사장이요.” “어쩐 일이요, 이른 아침에.”
나는 술 냄새 풍기는 목소리를 토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가 기가 막혀 말이 안나 오요. 아침 운동 시킬라고 ‘락’한테 갔는디, 개가 몰똥몰똥 쳐다 봄시롱 엎어졌기에, 본께, 코에 피가 뭉쳐 있고 살점이 떨어질 것 같이 덜렁덜렁 하요. 세상에, 뭣이 다 개 코를 물어 분다요? 근다고 사람이 개를, 아니 개 코를 물어 불어라. 원매, 나 미쳐 불겄소. 어찌게 할까 잉. 어쩌면 쓰것오? 우리 ‘락’이 죽것오 야.”
박 사장의 안타까움과 조급한 목소리가 냅다 전화 수화기를 때렸다.
머리를 거머쥐고 덜덜 떨고 있는지 박 사장의 울부짖는 소리가 고장 난 경운기의 푸시 푹, 푹푹 소리를 내면서 일어설 듯 주저앉은 절망적인 쉰 소리가 아침을 쫙쫙 찢고 있었다.
"뭣이라! 개가 코를 물어 불었어라. 박 사장 코가 덜렁덜렁 한 다고라. 큰일 났소. 언능 가까운 외과 병원부터 가보쇼."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 뭔, 소리요. 니기미, 내가 아니고 우리 ‘락’이 코를 물려 죽게 됐단 말이요, 정말로 니기미, 예잇. 퉤.”
어젯밤 박 사장 집에서 어떻게 된 것일까. 그래 모두 술에 취했고 박 시장은 그랬고 나는 술을 많이 먹고 그리고 개장을 가다, 그렇지 누군가 개장에서, 기억을 찾아 자리를 펴고 시간으로 빠져들어 갈 때 개 짖는 소리가 나의 우중충한 머리를 사정없이 잡아끌면서 어젯밤 쌓인 눈 속으로 힘껏 밀쳐 넣었다.
"어제 밤 내가 술을 많이 했고……‚원메! 그랬나 보네. 누굴까."
내가 사업 관계로 자주 만나는 사람 중에 돈 자랑 개 자랑이 세상사는 재미 중 제일이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탁상시계 시침 같이 짧은 키에 정력에 좋은 것 찾아 전국 뒷골목을 쑤시고 짧은 머리에 하얀 벨트가 나온 배를 옥죄지 못해 항상 힘들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 하나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저것들은 개가, 아니고 먹는 음식이여.”
그는 애완견이나 진돗개 종류의 개에 대해서는 우선 침부터 흘린다. 보신탕을 무척 사랑하여 주일에 서너 번 정도 포식을 한다. 여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천엽이랍시고 누렁이 한 마리 잡아 개천에 솥단지 얹어놓고 술을 즐기던 사람이다.
자기 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화가 나서 그 녀석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지나쳐 주변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다. 그가 개를 사랑한다고 말을 할 때는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고 딴전을 피우고 땅을 내려다보며 입을 삐쭉거리곤 했다.
모처럼 시내를 나가니 나도 모르는 소문이 날아다녔다. 박 사장이 나를 포함한 가까운 몇몇 친구들을 자기 집에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떨어진 매화꽃 가지에 걸려 뱅글뱅글 돌아쳤다.
무슨 일 일까? 박 사장 집에 초청받아 집 구경하고 온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초청하는 냄새가 소록소록 콧구멍을 자극했다.
개 자랑 하려는 그의 속내가 싫어서 내키지 않았으나 승낙에 마음을 얹혔다. 며칠 후 초대 받은 지인들이 박 사장 집에 모여 자기 개인 양 칭찬 일색이었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박 사장을 하이 박 사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도벨만을 좋아하는 히틀러를 독일 국민이 그에게 경례할 때 하이 히틀러라 불렀기에 자기도 도벨만을 좋아하니 하이 박 사장하며 불러달라고 했다.
하이 박 사장 칭호를 받은 박 사장은 신이 나서 발정 난 암캐가 담장을 넘어 천방지축 동내를 돌며 수캐를 모으듯 개 자랑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박 사장의 흥타령을 볼 수 있었는데 술기 오른 사람이 불쑥 엉덩이를 까발리며 쨍그렁 접시 깨지는 소리로 꼬리 없이 혀 짧은 말을 던졌다.
"근디, 그 개 꼴랑지 짤라 부렀오, 꼴랑지가 없읍디다.."
잠깐 침묵이 방바닥을 기었다.
"이 개는 꼴랑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며 매력이요."
개에 대해서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하는 거만한 태도로 박 사장은 상대방의 말을 받아 꿀꺽 삼키려다 한마디 들어 냅다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튼튼한 쇠줄로 고리 채워진 개는 자기 자랑하는 것을 알았는지 하마가 없는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없는 꼬리를 볼품없이 흔들었다.
풀쩍 풀쩍 뛰는 모습이 외모로 풍기는 자기의 차가운 잔인성을 공중으로 튕겨버리면서 자신을 숨기는 것 같았다. 박 사장 품에 안기며 애교도 부렸다. 박 사장이 사들인 개 이름을 '락'이라 이름 지었다며 배를 내밀며 뒷짐 지고 말할 때 내가 본 ‘락’은 영락없이 못생긴 돌하르방이었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박 사장 집을 나서려 할 때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개 녀석이 나를 보고 갑자기 날카롭고 누런 이를 자랑하며 콧구멍을 벌렁벌렁 열고 달려들면서 성질 자랑 힘자랑을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당황하여 구두 한 짝 멀리 차고 엎어지며“아이고”소리 마당으로 떨어져 뒹굴고, 구경하던 양반들 이몽룡 출두에 변사도 도망치듯 혼비백산 호박죽 엎어지듯 엎어졌다.
여하튼 박 사장 집에 새로 들어온 자칭 명견이라는 '락' 과의 대면은 수색견에 쫓기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으로 나를 만들었다. 찝찝한 첫 대면이었다.
그 후 '락'은 각종 도그 쇼에 출전하여 입상 함으로써 박 사장의 나온 똥배를 더욱 내밀며 민머리에 갓끈을 매게 만들었다.
기 살아난 박 사장은 흰 바지를 더 나풀거렸고 백구두는 피곤을 멀리 차면서 번들거렸고 하얀 벨트는 튀어나온 배를 빵빵 하게 조여 살찐 엉덩이가 묘하게 씰룩거렸다.
그날 이후로도 '락'은 무슨 영문인지 나만 보면 미친개가 되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드니 나 또한 슬슬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박 사장이 집에 없는 틈을 이용해서 '락'을 찾아 갔다. 내 손에 들린 고기 덩이를 그에게 내밀며 말
했다.
"락, 너랑 친해지고 싶은디, 왜 나만 보면 죽일 듯 뎀비냐? 내가 너한테 뭘 잘못 했냐. 말해봐, 말해보랑께."
고기 덩이에 관심 없이 누런 이에 거품 물며 눈에 쌍불을 켜고 땅을 차고 덤벼들면서
'매논 줄만 없으면 너 넙떡지 폴시케 한입인데, 에이, 이놈의 줄 정말 미치겠어.'
락’은 상처 난 사타구니에 알콜을 끼얹어 쓰라림을 억제 못 한 우리 동네 개똥이가 펄떡펄떡 뛰며 악쓴 것처럼 풀쩍풀쩍 뛰면서 철창을 송두리 채 토막 내 씹어 먹을 듯 격한 행동을 나타냈다.
나에게 용트림하며 덤벼든 모습에서 그의 숨겨진 흉포함이 싸늘하게 내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무서움을 느꼈다. 나는 온몸을 몸서리치며 좁쌀 같은 돌기들이 창끝을 세우는 것을 보았다. 무서움에 개와 같은 모습으로 '락'을 향해 독수리 눈으로 부릅뜨고 입으로는 으르렁 독기를 내뱉으며 땅에 두 팔을 짚었다.
등에서는 소름 돋는 두려움이 땀으로 나왔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한참을 개와 머리끝이 솟구치는 치열한 싸움을 했다. 그때 나의 내면 깊은 곳을 찢으면서 분출되는 어떤 따뜻함이 나를 평안함으로 이끌었다.
분출된 따뜻함은 등골 오싹함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것은 내 눈앞에서 표독스럽게 사나운 모습으로 나와 싸우고 있는 개의 야수성보다 더 심한 나의 잔인한 원시성이 싸늘하게 움직였다.
동물들도 생각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하다면‘락’이 나에게 만 더욱 난폭하고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은 자기 주인에 대한 내 감정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
나는 쾌감이나 불쾌감의 느낌은 의식이 내리는 판단이 아니고 의식에 선행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느낌이 의식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분별심을 내려놓으려고 깐엔 열심이다. 박 사장 관계에서도 남들이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이 나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내가 절대적으로 그를 신뢰 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그런 마음을 ‘락’이 알고 나를 미워하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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